날씨가 부쩍 추워졌습니다. 다들 옷 잘 챙겨 입으셔서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렇게 날씨가 추워지면, 카투사 시절이 떠오르곤 합니다.
카투사는 주말에 외박이 가능하다는 점 다들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렇기에 다들 서울에 있는 본가에 가서 쉬다 오죠. 저는 본가가 경상북도 영천이기에, 주로 부대에서 주말을 보냈습니다. 가끔씩 나가서 피시방을 가곤 했죠.
그러나 5월쯤에, “여기도 이제 못볼텐데..”라는 마음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있던 부대 캠프 험프리스는 여의도 5배라는 면적을 자랑하는 커다란 부대입니다. 미군 부대인 만큼 들어오는 순간 외국으로 온 느낌이 물씬 나죠.
저는 ”부대 주변이라도 둘러보자!“라는 마음에 저녁 시간대에 산책을 나갔는데요, 그날의 산책이 그렇게 저에게 이렇게 큰 영향을 줄거라 상상도 못했습니다.
부대 경치를 감상하면서 저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하고 있는 것 등등… 그러자 지금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그때가 미국 유학(취업) 준비를 시작한 순간입니다.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세시간짜리 동기부여 영상보다 큰 동기 부여를 얻었고, 네댓권의 자기계발서도 못가져다 준 명확한 목표와 계획을 세웠습니다. 너무 유익했다보니 진작에 할 껄 하는 후회까지 생길 정도였습니다.
저는 그 이후로 산책을 자주하게 되었습니다. 부대 앞 안정리 거리, 평소에 버스를 타고 가던 3km 밖의 PC방, 한 번은 평택역까지 왕복 10 KM를 걸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병장때는 PC방 갔다가 새벽 2시에 산책하면서 오는게 주말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때 당시에 저는 로스트아크의 나란히 라는 길드를 만들어서 운영 중이었습니다. 주말마다 길드원이랑 열심히 레이드를 하면서 수다를 떨다가 나오면, 새벽 공기와 달빛이 저를 맞아줬습니다.
달빛길을 걷다 보면 온갖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길드원을 어떻게 챙길지, 캐릭터는 앞으로 어떻게 키울지, 나는 이번주에 어떤걸 했는지, 공부는 뭘 해야 할지, 생각의 흐름에 맡기다보면 3킬로미터도 짧게 느껴집니다.
아마 그건 달빛이 아름다워서, 새벽 공기가 맑아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산책이라는 행위는 항상 무언가를 받아들이던 뇌에게 잠시 휴식을 줍니다. 휴식 시간 동안 뇌는 다양한 요소에서 벗어나 온전히 본인에게 집중하면서 생각들을 정리해주죠. 아마 저는 살면서 정보를 쌓아만 두고 정리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한두시간 산책을 해도 아직 부족하다 느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쇼츠 미디어와 다양한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는 이런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사람에게 정말 중요한건 수백 가지의 사실보다 한 가지의 깨달음입니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보고 듣기를 멈추어야 비로소 얻을 수 있습니다.
날씨가 변덕스러운 요즘이지만, 저녁즈음에는 산책하기 좋은 날씨가 됩니다. 여러분도 이 글을 계기삼아 한번 나가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좋은 경험이 되실거라 장담합니다.
그러면 저는 다음번에 더 재미있는 포스트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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